주방 창가로 드는 오후의 긴 그림자를 보며 오늘 저녁엔 또 무엇을 해서 남편의 지친 어깨를 토닥여줄까 고민하는 시간이 제게는 참 소중하네요. 제가 식당 주방에서 20년 넘게 요리사로 일하며 수많은 손님에게 칭찬을 받았지만 정작 가장 까다롭고도 정직한 평가는 우리 집 남편의 입술 끝에서 나오더라구요. 남편은 제가 해준 고기반찬 하나면 하루의 피로가 다 녹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라 오늘도 앞치마를 고쳐 매고 도마 위에 칼을 올렸네요.며칠 전이었어요. 남편이 퇴근길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유난히 목소리에 힘이 없더라구요. 밖에서 사람 치이고 일에 치이다 보면 입맛도 달아나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냉장고에 있던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꺼내 양념장을 만들었네요. 매콤하고 달콤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니까 남편이 주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