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도마 위에 채소를 썰 때마다 제가 요리사로 살아온 지난 20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곤 하네요. 젊은 시절에는 큰 레스토랑 주방에서 셰프복을 입고 수백 명의 손님을 대접하느라 손목이 시큰거리는 줄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는 집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한 끼를 차려내는 일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더라구요. 우리 남편은 제가 해주는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잘 먹지만 유독 향긋하고 진한 카레 향이 집안 가득 퍼지는 날이면 아이처럼 좋아하며 주방 근처를 기웃거리곤 하네요.어제저녁에는 남편이 퇴근길에 회사 일이 조금 고됐는지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기운 좀 내라고 오늘 점심에는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특별한 메뉴를 준비해 봤어요. ..